얀은 아침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나를 깨우더니 택시를 타자고 했다.
일기 예보에서 오늘 오후까지 그나마 맑고, 그 후엔 거의 일주일 가량 비가 온다고 해서 마음이 진짜 급했나 보다.
우버였나?
부르자마자 신속하게 도착해준 아주머니의 박력 넘치는 운전 스킬에 반하고
포르토 경사와 도로포장 상태가 스릴을 더했다.
왜 이러는 거야 대체, 그깟 바다 이번 여행 동안 엄청 볼 건데.
이건 바다가 아니야, 오션이야. 너 오션 본 적 있니??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없나??
이런 걸 아는 얀이 신기하면서도, 세계 지리 시간을 무지하게 싫어했던 기억이 나서 나만 모르는 건가 싶었다.
시내 중심에서 우버 잡아타고 10 - 15분 걸려 도착해서 본 대서양은 파도가 크고, 바람이 거셌다.
대서양이라고 더 특별할 건 없었다. 나에게는 그냥 바다 같았다.
얀에게는 특별하게 와 닿는 것 같았다. 감격에 겨워하는 듯도 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느끼는 건 이렇게나 다르다.
갈 때는 우버를 잡아타고 쏜살같이 갔지만, 돌아올 때는 근 두 시간 정도 동안 걸어 돌아왔다.
가깝지 않기도 했지만, 곳곳에 보이는 집들이 이렇게나 예쁜 탓이다.
점심에는 Lareira라는 식당에 갔다.
문어 샐러드는 부드러웠지만 어느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을듯한 맛이었고,
샌드위치도 괜찮았지만 괜찮은 수준에서 끝나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은 다음에 한 번 더 가게 되고, 지금도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남게 되는데
그 이유는 저 화이트 샹그리아를 마셔보면 알게 된다.
파슬리 가루와 올리브유를 잔뜩 뿌린 감자칩도 재방문하고 싶었던 이유였는데
이런 신기한 조합을 한 번 맛본 후, 집에 돌아와서도 케첩 대신 올리브유를 감자칩에 뿌려 먹는 (내 기준) 럭셔리한 생활 중이다.
간단하게 먹자고 한 건 얀이었는데 (에그타르트 또 먹어야 하니까), 막상 간단하게 먹고 나오니 아쉬웠나 보다.
식당에서 나올 즈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더 거세지기 시작했는데,
그 바람을 뚫고 포르투갈식 핫도그를 먹으러 갔다.
생각보다 비싸고, 생각보다 기름진 맛이었다.
너무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잠시 집에 들어갔다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왔다.
가려고 했던 식당들은 월요일이라서 아니면 covid 때문에 문을 닫았길래
여기저기 힐끔거리다가 그냥 들어간 식당에서 또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아주 작고 좁은 식당이었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있길래 메뉴를 잠깐 보고 들어갔다.
문어 샐러드가 4.5 유로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는데
먹어보고 싶었던 포르투갈 전통요리 몇 가지가 포함되어 있는 테스팅 메뉴 (2인에 25유로)를 주문했다.
먹어보고 싶었던 대구 요리 bolinhos de bacalhau가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나머지들은 다 보통 이상에다가 많이 먹었는데도 나중에 더부룩한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포르투갈에서 많이 먹는다는 케일 수프 - Caldo verde.
많이 익숙한 맛은 아닌데 어쩐지 중독되는고오오오
치즈도 맛있었지만 같이 곁들여먹은 저 중간의 잼이 진짜 맛있어서 서버에게 물어보니
포르투갈에서 나는 호박으로 만든 잼이라고.
돌아갈 때 못 들고 갈 것 같아서 사지는 못했지만 마트에서 한 번 찾아보기는 했다.
맛있게 먹고 집에 와서 또 오후에 사둔 누네띠네(!)와 어옴총 맛있는 저 초콜렛 쿠키 (chocolate de salami)
그리고 포트토 와인을 마시며 마무릿.
사진에 보이는 저 브랜드 와인은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