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에서 여전한 악취
씹을 때 치아, 턱에서 느껴지는 통증
여전히 많이 새는 발음
손가락 두 개 너비 이상 벌어지지 않는 입
콧물에서 나오는 악취는 지칠 줄을 모른다.
콧물은 계속 흐르고, 악취도 점점 심해졌다.
심지어 잘 때는 콧물이 뒤로 넘어가서 입에서 그 맛이 느껴지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암튼, 이주가 악취가 계속되어서 수술했던 병원에 전화를 해서 이 주 뒤로 (가장 빠른 날짜) 약속을 잡았다.
예상보다 빠르다고 잠시 좋아하다가
이 주 후가 빠르다고 좋아하다니, 한국인으로서 빨리빨리 정신을 잃어가고 있음을 슬퍼했다.
씹을 수 있게 되었다고 여러 가지 음식들을 시도해보았다.
베를리너의 상징인 커리부어스트를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혈당량 힙스러움이 낮아지지 않기 때문에
저작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어서 먹어주었다.
홈메이트 커리부어스트.
맛은 소시지에 케첩과 카레 파우더 뿌려먹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맛.
너도 알고 나도 알기에 더 맛나는 그 맛,
맛나다.
씹기는 씹고 있는데 아직 씹을 때마다 턱과 치아 통증 때문에
당연히 씹을 수 있는 음식들은 한정되어 있다.
부드러운 감자를 앞니로 끊어 먹었는데 개방교합이 시작된 이후로
앞니로 뭐든지 자르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부드러운 음식이라도 씹고, 앞니로 자를 수 있는 게 아직 신기하다.
입 벌리는 연습을 해도 여전히 손가락 두 개 너비 정도밖에 벌어지지 않아서
하품을 반쯤 하다가 만다.
7주 차에는 이 정도만 벌어지는 게 정상인가?
붓기는 아침에는 꽤 빵빵하고 저녁에는 괜찮은 것 같다.
수술 후 한동안 너무 못 먹어서 눈 위가 아주 나이 든 사람처럼 움푹 파였는데
어느새 그것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진짜 다행이다.
이제 일도 하고 서서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도 생기고 혼자서 못하는 게 없다.
갑자기 7주 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아진 기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 어른이라면 어른이 된 기분.
수술 직후, 이제부터 하루하루를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다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