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세 마디 정도만 벌어지는 입
물리치료 시작
저작 활동에도 여전한 어려움
턱 모양에 변화
수면 시에만 고무줄 착용
역시 살만해지니 기록을 덜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써둔 글이 7주 차 후였는데 한참 후에나 다시 쓰게 됐다.
수술 후 4개월 반 정도 지났다.
수술 직후나 마지막 글 썼을 즈음인 7주차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아주 많이 나아졌다.
먹는 것도 거의 못먹는 것이 없고, 집에서 운동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붓기도 이제는 아침에 잠깐을 제외하면 없다고 할 수 있고, 발음은 아주 가끔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만 보통은 괜찮다.
하지만, 다 나았다고 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고기는 거의 문제없이 씹지만 신기하게도 당근이나 사과 같은 과일, 채소들을 씹지 못한다.
입은 여전히 손가락 세 개를 넣을 수 있을 정도만 벌어지고
입을 다물면 아직도 윗니가 아랫니를 덮을 정도로 깊이 내려와서
앞니로 무언가를 끊어먹는 것은 아직도 힘들다.
전체적으로 이나 턱의 힘이 아직도 약한 것 같고
무엇보다, 턱의 모양이 변했다.
4개월이 지나도 입을 생각만큼 벌리지 못하자 교정 담당 의사가
제발 좀 physiologist에게 가보라고 했다.
사실 훨씬 전부터 가보라고 했었는데
한국에서 수술한 그 어느 후기를 봐도 physiologist에게 갔다는 경우는 없어서
혼자서 입 벌리는 운동을 하면 되겠거니 하고 있었다.
까먹을 때도 꽤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나아지겠거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많이 나아지지 않았다.
보란듯이 아주 조금만 나아졌다.
이제는 정말 앞으로 입을 더 벌릴 수 없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더 미룰 수는 없었다.
독일에서는 의사가 자주 physiologist에게 가보라는 처방을 해주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나름 신선했다.
아픈 부위에 따라 전문적인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주고 자세를 맞춰주는데
수술 전에도 몇 군데나 다녀봤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효과가 있더라도 며칠 정도 지속되고, 다음 주에 가면 또 조금 낫다가 증상은 또 돌아오고
평생을 이렇게 매주 다녀야 하는 건가 싶었다.
시간도 시간이고 돈도 돈이다.
보통 이렇게 생긴 방에서 침대에 누워서 치료(?) 받고
의사가 이 환자는 마무리로 따뜻한 찜질을 해주시오!
처방전에 적어주면 마지막에 뜨끈뜨끈한 팩을 가지고 와서 어깨와 등 밑에 놓아준다.
사진 속에 시커멓게 보이는 저 것.
지금까지 네 차례 정도 갔는데 아직 입은 더 벌어지지 않지만,
입을 벌렸다 다물 때 턱 통증이나 덜거덕 거리는 증상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사실 입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턱 모양이 변한 것도 꽤 스트레스다.
부기가 거의 다 빠지니 턱의 윤곽이 나왔는데 오른쪽 왼쪽 다 선이 매끄럽지 못하다.
특히 왼쪽 (사진에서 표시된 곳) 턱이 움푹 파인 것처럼 보이고 실제 만져봐도 양쪽 다 턱이 파였다.
어떤 블로그에서 양악 수술을 한 사람은 티가 난다고 하면서 예로 올려놓은 사진에서도
턱선이 매끄럽지 못하고 파여있던데 왜 이렇게 되는지는 안 쓰여 있었다. 궁금한데..
턱에 박혀 있는 스크류 때문에 그런 건가.
교정이 다 끝나고 나면 다시 수술 담당 의사를 만나서 경과를 보고
턱에 있는 스크루를 뺄 건지 결정한다고 한다.
그때 왜 이렇게 된 건지 물어볼 예정인데, 그 때 돼서 물어보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걱정된다.
요즘에는 내가 정말 큰 수술을 너무 쉽게 결정했던 건 아닌지 후회가 꽤 된다.
교정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마지막에 만났었는데 그 의사의 말을 더 들어볼걸 그랬나 하고 많이 후회한다.
당시에 벌써 몇 명의 의사를 기다리고, 만나고, 기다리고 만나면서 개방 교합이 생긴 지 2년이 지났고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몇 번 듣고는 수술을 결정했다.
마지막에 샤리테 교정 의학과에 갔을 때 만난 의사가 꼭 수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는데
정밀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말에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독일에서는, 특히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서는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또 의사를 만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시간이 걸려도 너무 걸리고 약속을 잡는 것도 너무 힘들다.
의사들 만나고 만나면서 2년이 지났는데 또 기다려야 한다는 게 생각만 해도 지쳤다.
한국이었으면 달랐을까?
의사들 만나기도, 수술 예약 잡기도 쉽고, 수술 결과도 더 만족스러웠을까?
스스로 한 결정에 후회하지 말자고 항상 다짐하면서 살았는데
이번만큼 자주 후회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 결정은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