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직 양악 수술 후 회복 기간이라 아주 부드러운 음식만 씹을 수 있지만
수술 전에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요리 실력만 늘어갔다.
양악 수술 후 살이 빠질 걸 대비한다는 명목 하에 죄책감 없이 많이도 먹었다.
아래는 그중 아주 일부분일 뿐.
이렇게 하면 돈을 아낄 수 있겠지 하는 예상은 대부분 보기 좋게 빗나가는 편이 많은데,
집에 있으면 돈을 아끼겠지! 하는 예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외식도 안 하고! 어디 가지도 않고! 집에서 밥만 해 먹는데 생활비가 왜 이모냥이야!
삼시 세 끼를 아주 튼실하게 해 먹으면 아무리 식료품 물가 싸다는 독일에서도 생활비 감당이 안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몸소 증명했다.
우선, 밑반찬들을 준비해야 뭘 먹어도 마음껏 먹겠쥬?
김치와 치킨무를 준비해두면 웬만한 음식과는 다 찰떡같이 어우러진다.
엄마의 밑반찬 따위 없는 이곳에서 김치와 치킨무만 있어도 식생활이 한 층 든든해진다.
팥앙금을 먹어본 적 없던 유럽 남자인 얀은 이제 앙금을 주기적으로 못 먹으면 앓는 소리를 한다.
한국이나 일본에 가려다가 못 가고, 가려다가 못 가게 되자 큰 마음을 먹고 아즈키 빈을 주문해서 앙금은 물론, 만쥬까지 후딱 만들어내셨다.
앙금을 만들어본 생각도 못해본 한국인은 유튜브의 위대함과 이 유럽인의 손 맛에 혀를 날름 낼름 내두르며 만쥬와 앙금을 다 먹어치웠다.
역시 홈메이드를 이길 것은 없는 건가.
여러분 달고나 커피 만들어 마시고 그래도 시간 남으시면 파스타 면을 뽑아 드세요. 정말 쫀득쫀득하니 맛있다오.
몇 년 전, 싼 파스타 기계를 하나 샀었는데 한 번 라면 면발을 뽑아 먹고는 싱크대 밑 저 멀리 감춰뒀다가 이번에 다시 사용해봤다.
파스타는 처음 만들어 먹어봤는데, 울랄라. 면도 맛있고 명이나물로 만든 페스토도 맛있었다.
맛있으면 모다, 또 먹는다. 이틀 연속, 삼일 연속이었던가 점심은 파스타였다.
만두를 많이 해서 냉동고에 넣어두면 든든하다, 맞다.
그러나 하나하나 만드는 귀찮음을 감수하고서라도 만두를 먹고 싶냐면 나는 아니다.
하지만 얀은 그러하다. 하나 하나 만드는 즐거움(귀찮음이 아닌 즐거움!)도 느끼며 만두를 만들어 드시고 싶단다.
베를린에서는 아보카도 없이는 못 산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채식주의, 비거니즘이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이곳에서 아보카도는 아주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지 않겠습니까.
아보카도를 야무지게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다 자세를 일관하며 몇 년을 보냈다.
그러던 내가! 아보카도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며 먹게 되었다. 아보카도와 최강의 조합을 찾은 후부터.
칠리 콘 카르네랑 계란 프라이랑 아보카도랑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엉엉 매일 먹고 싶어라.
아몬드와 뭐 뭐 집에 있는 견과류는 다 갈아 넣은.. 뭐였지?? 핫초코??
회사 앞 베이글 가게에서 먹고는 아주 반해버린 조합이 있다.
무화과 맛 염소 치즈 + 호두 + 꿀.
이 실패 없는 조합과 함께 어느 날 밤에는 아껴두었던 화이트 와인을 땄다.
아주 아주 무쵸 무쵸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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