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도 나도 부산을 많이 좋아한다.
나야 고향에 가까운 곳이니 좋아한다고 해도
얀은 왜 그렇게 부산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바다를 많이 좋아하니까.
그러기에는 바다가 있는 도시들은 많이 있는데.
어렸을 때는 부산에 가는 날은 엄청 설레었다.
그 전날부터 막 설렜다.
내 고향은 부산 바로 옆에 있는 도시이지만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사투리를 안쓰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도 억양이 은근히 다르거나 약했다.
부산에 가면 누구나 한결 같이
신나는 부산 사투리로 말해주고
사람들도 뭔가 시원시원한 느낌.
어린 내 눈에는 사람들이 다들 멋지고, 멋진 곳들도 많았다.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후에는
고향에도 잠깐씩만 들렀고, 부산으로 내려올 일은 없었다.
잠시 들렀을 때엔 일본에서 온 친척들이
자갈치 시장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그 외엔 딱히 부산에 가고 싶다. 가야겠다
그런 생각 없이 오랜 시간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준비를 하면서
잠시 고향에 내려와 있었을 때
부산에 정기적으로 가야할 일이 생겼었다.
노포역에서 내려서 서면까지 가는
지하철을 정말 오랜만에 탔던 날.
서울과 부산이 이렇게나 달랐나 싶어 놀랬다.
엄마 품에 안겨있던 아기가 옆 자리 사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을 때
엄마도, 아기도, 옆 자리 사람도 아주 방긋 웃으면서
대화를 시작했고
그 옆 옆 자리 앉아있었던 아줌마도 같이
대화에 참여해서
시원한 부산 사투리가 지하철에 가득하던 순간은 아직도 기억난다.
그렇게 부산이 다시 좋아졌다.
부산에서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지만
내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부산이라고 항상 말하고 다녔다.
이번 봄 한국에 2달 즈음 머물렀을 때
부산에도 몇 번 다녀왔다.
부산 지하철에선 앞에 선 사람 혹은
몸이 안좋은 사람 또는 임산부의 옷 깃을
잡아당기면서
나 다음 역에 여기에서 내리니까
조금 있다가 빨리 앉으라고 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몇 번 봤다.
내가 상황을 설명해주니까
얀은 흘깃 보고는 아니야, 아는 사람들일 거야. 했다.
덩달아 나도 서로 아는 사람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거의 백프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부산에서는
뭔가가 헷갈려서 갸우뚱하고 있으면
정말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모르겠지만
항상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줬다.
서울에 살았을 때도
부산 사람들의 행동에 놀랐었는데
베를린에 오래 산 후에는
이런 행동들이 더 놀랍고, 더 가슴 따뜻해진다.
어디에선가 읽었는데
부산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꽤 큰 문제라
젊은 사람들은 대상으로 물어봤다고 한다.
부산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서울의 인프라를 즐기고 싶어서,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이유가 제일 클 거라고 조사 전, 짐작했었는데
의외로 부산의 많은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이유라 답했다고 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된다면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했다고.
나도 내가 부산 사람이라면
떠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떠나도 금방 다시 돌아오고 싶어질 것 같다.
나는 부산 사람도 아닌데
지금 다시 부산에 너무 가고 싶다.
부산에 사는 모습을 상상하면 행복해진다.
바다에 자주 가고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자주 먹고
매 달마다 고향에 부모님보러 잠깐 들렀다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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