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장보고, 청소하고, 집안일하고 보통은 그렇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셋업(?)들을 한다.
우리는 보통 리들에 가서 장을 보는데, 계산하기 전 신문 코너의 기사에 눈이 갔다.
베를린의 주거 문제가 심각해서 사람들이 아기를 낳지 않는다는 기사인 것 같다. 정말 요즘 베를린 월세는 너무 높다.
우리 회사에도 베를린에서 거주할 곳을 찾는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 사내 채팅방에 있는데, 가끔 읽어보면 일 년 내내 가족들이랑
2 - 3 개월 단위로 단기 숙소를 전전해서 너무 힘들다, 제발 장기 숙소 있으면 말해달라 사례하겠다는 글도 보이고,
10평 이하의 작은 아파트를 구하는데 예산을 1500 - 1700 유로 (대략 210만 원 -240만 원) 잡고 있으니 연락 달라는 글도 보인다.
안 그래도 월급에서 세금도 많이 내는데 월세를 저렇게까지 내면 정말 남는 돈이 없을 것 같다.
여기도 아기를 낳고 기르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남는 돈이 없는데 아기를 낳기는 힘들겠지.

장을 봐서 집에 두고는 Schöneberg ikea 주차장에서 스트릿 푸드 축제가 있다고 해서 거길 가려고 나섰다.
요즘 날씨가 너무 좋은데 게다가 이게 지나면 암울한 겨울이 올 거기 때문에 부지런히 나다니고 있다.
인당 2유로씩 입장료까지 받는 그 축제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사람들이 없었는데 푸드 트럭들 보니 단번에 이해가 가는 상황ㅋㅋ
제주도의 동문 시장 스트릿 푸드, 도쿄 아사쿠사 쇼핑 거리를 기대한 우리가 바보였나.
방향을 틀어서 Schöneberg 역으로 가서 케밥을 먹을까, 터키쉬 피자를 먹을까 하면서 길을 걷다가
8년 전 처음 이사왔을 때 살았던 WG 앞을 지나쳐가면서 갑자기 추억 보따리 터짐.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 350유로 주고 살았던 넓고 추웠던 쉐어 플랏. 그때 막 얀을 만나기 시작했었는데 둘 다 직업도 불안정하고
돈도 없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었다.
아 추억이 겁나 방울 방울. 그때도, 지금도 Schöneberg는 내가 베를린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역인데 내 WG가 있었던 Schöneberg 역
주변은 조슴 조심해야 하고, haupt strasse를 기점으로 내가 좋아하는 길들이,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 WG에 살 때, 밤에 자고 있다가 밖이 너무 시끄러워서 얀이 잠깐 내다봤는데 총 같은 걸 든 덩치 큰 남자들이 쫓고 쫓기고 있었다고 ㄷㄷ
하지만 아직도 베를린에서 살기 좋은 지역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Schöneberg!
이 케밥 집은 내가 얀을 꼬실 때 ㅋㅋ 한 번 데려갔다가 그 후로 아직까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인데 점점 인기가 많아지더니 와우
줄이 이렇게나 길었다. 요즘엔 항상 이렇게 줄이 긴가? 아니면 이 날이 특별한 날이었나? 암튼 깜짝 놀랐네.


줄이 길어서 케밥은 엄두도 못 내고 걷다가 걷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 버거에 밀크셰이크를
먹어야겠다는 얀 때문에 버거 집에 갔다. 그냥 쏘쏘, 가격은 버거 2개, 프라이 1개, 맥주 1개, 밀크셰이크 1개 = 27유로.

걷다가 걷다가 소프트 오프닝 중이라는 바를 발견해서 프로세코 한 잔을 시키고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오랜만에 이런 테이블에 앉아서 좋은 날씨 즐기면서 술을 마시고 있으니까 이탈리아나 포르투갈 여행 중인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가끔 이렇게 나와서 여유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제 곧 암울한 날씨 시작이라는 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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