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오라고 했던 시각은 아침 8시 반.
수술 준비를 시작했던 건 12시 반이 넘어서.
기다리던 도중에 잠시 코로나 검사도 받아야 했다.
우산만큼 기다란 (과장법 마스터) 면봉이 뇌까지 밀어넣어졌다 (과장법 달인).
마취과 의사는 수술 7시간 전까지 먹을 수 있고, 수술 2 - 3 시간전까지 물, 음료를 마실 수 있다 했다.
큰 수술을 앞두면 의사의 말을 갑자기 잘 듣게 된다.
아침에 집 나서기 전 마신 물 한모금으로 6시간 정도를 버텼다.
기다리는 시간은 영원처럼 느껴졌지만 일단 수술 오케이 사인이 들어오자
간호사와 transporter라는 분들이 양치기 개가 양을 몰 듯 나를 마구 몰아대기 시작했다.
수술 복으로 갈아입었어?
소지품은 어디있어? 안경도 넣어야지
여기 어서 누워 봐봐.
이제 가자, 보호자한테 인사해.
괜찮아, 괜찮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나는 수술복을 입고 머리에 일회용 모자(?)도 쓰고
침대에 눕혀져서 지상 삼 층에서 지하 일 층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정신 없이 넘겨져서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장면은
세 명의 간호사들이 내 몸에 여러 가지 붙이고 찔러 넣고 하면서
나를 안심 시키려고 했던 것, 그리고 마지막 대화.
너 아직도 깨어있어? 깨어있어?
아직 깨어있구나. 조금 릴렉스하고 뭔가 좋아하는 걸 떠올려봐.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기 힘든 상황 아닌가?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렸는데
누군가 이름을 부르며 깨우길래 눈을 떴다.
마취에서 덜 깨서 그랬는지
와 이거 뭐지? 내가 독일에서 이러고 있는 게 사실인가, 재밌네 헤헷
그러다 다시 잠들고.
누군가 와서 다시 깨우고
와 이거 뭐지? 이게 사실인가? 아닐꺼야 히히
이러다 다시 잠들고.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침대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다시 삼 층 입원실로 보내졌다.
턱 부분이 조금씩 욱씬거리기 시작했고
약에 취해서 정신 없이 자다 깨다 했다.
새벽이었던 것 같은데 간호사 한 명이 들어와
너 이제 물 마실 수 있어 하며 컵 하나, 물병 하나를 놓고 갔다.
다시 간호사를 불러서 이렇게는 못마시겠다 하니
빨대를 여러 개 집어와서 말도 없이 탁자에 두고는 갔다.
독일은 뭐다?? 서비스의 사막.
기대하면 안되는 것은 뭐다?? 친절.
입이 안벌어지는데 컵을 주고 빨대를 주니
두루미에게 접시에 물을 담아주고 마시라는 것과 같은 꼴.
결국 물 마시기는 포기하고 다시 쓰러져서 자다가
다른 간호사가 온 김에 부탁했더니 주사기를 가져다줬다.
힘이 없어서 아주 천천히 주사기에 물을 넣어
이 사이로 물을 흘려보냈다.
그 동작 하나가 버거워서 다시 지쳐서 쓰러져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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