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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Berlin_work

[독일 직장생활 - 해고] 코로나가 베를린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았던 Berlin Festival of Lights 2020

 

 

 

어제 단축근무 관련해서 업데이트가 있으니 모두 참석하라는 이메일을 CEO에게 받았다.

현재 근무 중인 회사는 이번 4월에 합류할 때부터 이미 단축근무 (kurzarbeit) 중이었고,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 단축근무가 내년 3월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한 서류에도 함께 사인을 했다.

사인할 때는 무슨 일 년 단축근무가 말이 되냐며, 만약에 만약을 대비하는 독일인답다 생각했다.

 

와 만약에 만약을 대비해도 더 심한 상황이 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 중이다.

독일 정부는 보통 회사들에 일 년 동안 단축 근무 지원을 해주고,

일 년이 지나도 회사가 일어서지 못할 경우 insolvent를 하게끔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상황이 특수한 만큼 이번에는 일 년이 지나도 일 년 더 지원을 해주겠단다.

아마 곧 두 번째 단축 근무 서류에 사인을 해야 하지 않나 짐작하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관련 미팅이 있다길래 그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다 막연히.

 

 

 

일 분 정도 늦게 들어간 온라인 미팅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웃음기 많고, 장난기 많은 스코티쉬 CEO가 굳은 표정으로 준비한 슬라이드만 쭈욱 읽어가고 있었다.

팀원들 중 몇 몇은 다음 달부터 단축 근무 0%로 변경이 되는 동시에 계약 종료가 될 것이고,

단축 근무 계약이 종료되는 3월 말까지 새로운 직장을 찾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것이며,

남은 팀원들은 지금까지처럼 25% 단축 근무를 상황이 더 좋아질 때까지 이어갈 거라는 내용.

 

결론만 말하면 총 5명의 인원이 해고되었고, 5명밖에 되지 않지만 워낙 작은 스타트업이라

적은 수는 결코 아니었다.

나는 그 중에 하나는 아니었지만 사실 잘리는 게 나에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이직을 해서 들어간 회사가 합류할 때부터 단축근무를 하고 있어서 일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임금도 당연히 줄어든 상태였다.

3개월 정도만 버티면 되겠지 하던 게 이제 일 년은 당연하고, 이 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상당히 암담했다.

문제는 그래도 회사는 돌아가야 하기에 다들 단축 근무라고는 하지만 정해진 시간보다 더 더

많이 일하고 있었고 신생 스타트업이다 보니 항상 같은 문제에 부딪혔으며,

인력 부족, 시간 부족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는 것.

 

잘리면 실업 수당이 나오고 독일어도 다시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고 배우고 싶었던 수업들 지원도 될 텐데.

계속 이렇게 일하면 잘린 사람들 몫까지 더 일해야 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뭐라도 하려고 용쓰는 내가 벌써 보인다.

진퇴양난.

해외 생활이라는 게 다 이런 건가?

비자 문제, 취업 문제, 친구 사귀고, 다시 비자 문제, 이직 문제 그럼 또 비자 문제 같이 오고, 집 구하고 또 집 구하고

이제 좀 뭐 갖춰진 것 같군. 이러려고 하면 다시 다른 문제가 불쑥불쑥.

문제 해결 능력이 날이 갈수록 늘어간다. 정신 건강에는 좋은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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