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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Berlin_work

[독일 직장생활] 베를린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과 실재

 

 

 

루프탑 사무실에서의 뷰

 

 

 

유럽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

솔직하게 말해, 있었다.

워라밸, 위계질서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향상되는 어학실력, 피어나는 로맨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 것들.

이런 것들을 기대할 때도 있었구나.

 

베를린 스타트업을 네 군대 거치면서 이제는 어떤 환상도, 기대도 없다.

스타트업들은 독일의 보통 회사들과는 다르다고 들었다. 다르기를 바란다.

베를린에서 겪고 들은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의 근무환경은 꽤 열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1. 워라밸

 

지켜지지 않을 때가 생각보다 많다.

기본적으로는 일주일 40시간 근무로 계약을 한다. 하루 8시간, 점심시간 1시간 합치면 9시간.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지만 회사에 긴급한 일이 있을 경우 

초과 근무를 해야할 수도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해둔다.

그리고 그 긴급한 일은 거의 매일 일어날 수도 있다 :D

 

문제는 초과 근무한 시간을 보상받기 힘들다는 점.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해야 할 일은 많은 반면, 사람은 적어서 한 사람이 여러 임무를 해야 하기도 한다.

일이 많은 때에는 아무리 빠르게 업무를 쳐내도 일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7시, 8시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초과 근무를 인정해줘서

월급을 더 받거나 휴가를 더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스타트업이 아닌 독일 회사라면 초과 근무를 인정해줄거라 추측은 한다.

 

이전 회사는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몸집이 꽤 커져버린 회사였는데

바로 옆 팀이 거의 매일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길래 꽤 놀랐다.

결국 번아웃으로 퇴사한 그 팀 멤버한테 초과 근무 수당 받았냐니까 그런 거 없었단다 와우

 

 

 

2. 위계질서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

 

위계질서 잡힌 경직된 분위기도 충분히 겪을 수 있다.

베를린에서는 지도에서만 보던 낯선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있는데 내 상사가 어느 나라 사람이 될지는 모르는 거다.

 

내 상사는 스페인 사람이기도 했고, 핀란드 사람이기도 했고, 이스라엘인 그리고 독일인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인이 상사였을 때는 군대식으로 팀을 운영해서 숨이 막혔다.

독일인이 상사였을 때는 은근히 까라면 까야하지 않겠냐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또 힘들었다.

 

한국보다는 그래도 위계질서가 덜 하겠지.

아니 사실 그건 모르는 거라고 본다.

스타트업 대 스타트업을 놓고 보면 한국이 오히려 위계질서를 없애려는 노력을 더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다.

딱딱한 위계질서가 문제를 만든다는 걸 알고는 있는 사회이니까.

 

 

 

3. 한국보다 높은 임금, 좋은 베네핏

 

베를린 스타트업들은 임금을 짜게 주기로 유명하다.

개발자나 데이터 관련 직종이라면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임금이 그렇게 높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외국인에게는 더 적게 주려는 회사들도 있다.

 

한국과 비슷하거나 어쩌면 더 적은 연봉을 받아서 (참고로 보너스도 없다)

세금은 훨씬 많이 내고, 최소 40 - 50 만원 하는 월세를 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4. 향상되는 어학실력

 

비지니스 영어가 조금 향상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매우 뛰어나거나, 영어 네이티브 동료나 파트너와 일하지 않는 이상은

결국 내 영어 실력이나 러시아 동료 영어 실력이나 비슷비슷, 도찐개찐.

 

독일어로 업무를 보는 경우에는 독일어 네이티브인 동료들이 주변에 많을 테니 많이 배울 수도 있겠다.

나는 독일어로 일을 안해봐서 패쓰.

독일어 동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귀가 열리고 같이 연습도 할 수 있겠지 하는 기대도 패쓰.

현실은 독일어로 동료들이 말하기 시작하면 조용히. 어색한 미소만 지으면서. 알아듣는 척.

역시 해외 생활에서 향상되는 것은 어학실력보다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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