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해서 베를린이 다시 예뻐 보인다.
아냐, 아냐
다시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솔직히 베를린은 결코 파리나 런던처럼 예쁘고
그런 도시는 아니다.
이건 진짜 베를린 좋아하는 사람들도 인정해야 함.
사람들이 친절하고 음식이 맛있는 곳도 아니다.
이것도 진짜 베를린 좋아하는 사람들도 인정해야 함.
투덜투덜 불평하면서도 벌써 오 년을 넘게 살았다.
이제 불평하는 것도 질렸다. 어디든 가고 싶다.
처음에는 함부르크를 떠올렸다.
3년 전인가 여행 갔을 때,
날씨 좋고, 사람들 친절하고, 바다가 가까운 항구 도시.
베를린에 비하면 진짜 유럽 같은 도시.
함부르크로 이사 가자는 말을 얀과 몇 번 나눴다.
하지만 결국 함부르크도 독일.
우리에게 독일은,
인터넷을 신청하고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두 달이 걸리는 나라.
모든 것을 우편으로 받고,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서
방심하면 한 달만에 편지들과 종이들이
수북이 쌓이는 나라.
아직도 어디든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는 나라.
조금이라도 규칙을 어기면 언제 어디서든
고함을 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느리고, 불편하고, 불친절한 나라.
좋은 점들도 있다 물론.
나쁜 점만 있는 사람, 나라가 어디 있어.
규칙만 내세우는 게 융통성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게 계획대로, 규칙대로 되길 원한다면
이만한 나라가 없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만큼 세금 내면
충분히 받을만한 혜택들이라고 본다만,
좋은 사회 보장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연금시스템은 많이 위태 위태하다고 들었음).
둘 다 독일인이 아니라
가족들도 여기 없고
독일어도 완벽하지 않은데
굳이 이 모든 걸 감수하며 살아야 하나
차라리 가족이 있거나
생활이 편리하거나
세금이 적어서 돈을 더 많을 수 있거나
날씨가 낫거나
하다 못해 음식이 맛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요즘 같이 자주 이야기한다.
다 써놓고 보니 어머, 한국이네.
한국에 가야 하나
요즘 되풀이되는 대화의 주제다.
얀도 한국이나 일본에서
적어도 몇 개월은 꼭 꼭 살아보고 싶다고
항상 말해왔고
나는 나대로 독일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니까
사소한 것들에서의 피로도가 쌓인 것 같다.
빠르고 편리한 일상이 있고
말이 안 통할까 봐 매번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인종차별당할까 봐 쓸데없는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한국에 가고 싶다.
막상 가서 살면 또 딴 소리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정말 잠시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
쓰다 보니 진짜 가고 싶다 으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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