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는 아파서 회사를 못가고 병원에 병가 확인서(?)를 받으러 갔었다.
감기를 작정하고 병원에 예약을 해두고 걸리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런 경우에는 일단 병원에 가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 병가 확인서를 받으러 왔다고 말을 하면
접수처 직원이 알겠다고 하고 일단 대기실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는데
얼마나 기다려야하는지는 보통 알 수가 없다.
경험상 짧게는 이, 삼십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려 본적이 있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마침 내가 방문한 시간이 제일 바쁜 시간이었는지
두 시간 정도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한 시간씩 기다리는 걸 몇 번이나 하다보니 이제는 병원에 갈 때엔 항상 책을 들고 가는데
들고 간 책을 읽다 옆 테이블에 놓여져 있던 잡지에 잠시 눈길이 갔다.
EXBERLINER 라는, 베를린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영어로 이야기하고 소개하는 잡지.
보는 사람들도 꽤 많은 걸로 아는데 이번호는 한국 특집이었던 것 같다.
일단, 먹고 살기 위해 간호사로 와서 정착한 올드 코리안 베를리너부터
돈이 목적이 아닌,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해 유입되기 시작한 뉴 코리안 베를리너들이나 2세대 한독교포들 소개.
물론 비빔밥과 코리안 바베큐로 대표되는 한국 음식을 훑고
BTS를 좋아하는 한 독일 소녀의 인터뷰로 마무리.
솔직히 별 특별할 것 없는 전개였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돈은 더 이상 그들을 베를린으로 오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키고 싶은 바람으로 젊은 한국인들은 베를린에 온다."
경험상 한국 보다 돈을 더 모을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인 것 같고
삶의 질이 과연 더 나은 가에 대해서도 요즈음엔 잘 모르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리 한국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늘어나고
K-pop, K-beauty가 독일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도
내가 정말 그걸 체감한 적은 없다.
10대들 사이에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을지는 몰라도
함께 일하거나,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20대 중 후반 이상이라
한국에 대한 지식이 아직도 거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비빔밥과 한국식 바베큐를 먹어보고 좋아한다고 해도
인도식 커리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인도에 관심이 있고 많이 아는 것은 아닌 것처럼
한국 요리도 그냥 외식 메뉴의 선택지가 하나 늘어난 정도.
이렇게 미디어나 사람들 보이는 곳에 공개적으로 한국 상품, 문화, 음식들이
더 자주 소개될 때마다 뭔가 변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딱히 피부로 와닿는 경험을 한 적이 없으니
혼자서 이 게르만인들이 한국의 우수함을 몰라주네 하고 쯧쯧 혀를 차고 있다.
알아준다해도 뭐 크게 다른 건 없을 것 같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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