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제거 수술을 할까 말까 정말 많이 망설였다.
개인적으로 저번 수술 당시, 마취하기 전까지의 기억이 너무 안 좋아서
그걸 또 겪어야 한다는 게 일단 너무 무서웠다.
수술 하고 나서도 또 얼마나 아플지 얼마나 부을지도 무서웠고.
저번 수술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그냥 수술하는구나 했는데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니까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고 아이고
그래도 핀제거를 하기로 마음먹은 건
왼쪽 윗 잇몸이 주기적으로 붓고 염증이 나기 시작했는데
담당 치과 의사가 핀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조심스럽게 핀제거 하는 쪽을 추천한다고 했고
왼쪽 윗 부분 이 세 개가 다 뿌리 치료 후 시간이 많이 지나서
불안정한 상태인데 혹시나 나중에 임플란트를 하게 되면
핀이 없는 게 더 수월하겠다고 스스로도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난 1월에 6월 중순으로 수술 날짜를 잡고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 있을 때 수술 취소를 할까 백 번 고민하다
사실 수술 바로 전날까지도 엄청 고민하다 결국 마음을 굳혔다.
수술 일주일 전에 마취과 의사를 만나게 되는데
마취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졌다.
또 수술실에 가고 수술 침대에 눕고 마취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뒷 목까지 뻗뻗해지면서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수술 이틀 전 샤리테에서 코로나 테스트를 하고
수술 당일에는 마취를 위해서 물만 조금 마시고 오전 6시 45분에 도착.
스케줄 조정이 있었는지 예정보다 빠른 8시 반에 수술 시작.
오후 2시쯤 눈을 떴다.
친절한 간호사가 물 조금 마시겠냐고 하길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물을 조금 마시고 다시 누웠다.
뭘 살펴보던 간호사가 하는 말에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아래턱 작은 핀 두 개만 제거했네, 의사가 윗 턱은 제거를 안 했어"
무슨 말이지 이게
내가 들은 말이 맞나 싶어서 다시 물어보니까
작은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 있는 핀들을 흔들면서 보여줬다.
작은 핀 두 개와 아주 작은 나사들.
혀로 입 안을 훍어보는데 위쪽에도 실밥들이 느껴진다.
그니까 일단 열어는 봤는데 제거를 못했다는 말.
간호사는 친절하게 나중에 의사가 오면 물어보라고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고, 한 시간 반이 지나도 의사가 안 왔다.
병원 측에서 연락을 받고 얀이 도착해서 같이 기다리다
의사가 진료를 보는 일 층으로 내려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역시 독일은 나를 강하게 하지.
마취가 조금씩 풀리고 통증이 시작되는데
일 층 진료실 앞에서 의자에 흘러내리 듯 앉아서
삼십 분을 기다렸다.
담당 의사가 왔다 갔다 하던 와중에 나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너 왜 여깄어
한다.
왜 윗 턱 핀은 제거를 안 했는지 물어보고
회사에 낼 병가 서류받으려고 기다렸다고
거의 안 나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의사는
열어보니 윗 턱 뼈들이 안 붙어있어서 핀을 제거하면
윗 턱 뼈가 움직일까 봐 제거를 못했다고 했다.
???
그런 경우가 있나?!
수술 한지 2년이 지났는데??
남들은 3-6개월만 지나도 뼈가 붙어서 제거 수술한다던데??
근데 그것도 확인을 안 하고 수술을 한 건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목소리도 안 나오고 상태도 안 좋아서 의사가 다음 약속을 잡아주면서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돌려보냈다.
턱은 예상보다 붓지 않았지만
원래 수술 당일보다 수술 후 2 - 3일 차에 더 많이 붓는다는 말에
충실하게 다음 날부터 얼굴은 탱탱하게 부었고
목이 너무너무 아파서 잠을 자기 힘들었지만
수술 당일부터 물,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스프를 어려움 없이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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