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정기를 제거하고, 길었던 수술과 치료의 거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듯 하지만
(교정기를 제거하고도 아직 튀어나온 이 때문에 투명하고, 끼우고 빼기 쉬운 교정 장치를 사용 중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수술 때 심은 핀을 제거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왼쪽 턱 통증의 원인이 여전히 턱관절 장애 때문인 건지 파악하는 것.
MRI와 CT를 찍고 Charite에 예약을 하고
수술 후부터 경과를 담당했던 의사를 만났다.
MRI와 CT를 보고는 일단은 턱이 다시 개방 교합의 증상을
보이지는 않아 다행이라 했다.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는 턱의 통증인데,
역시나 수술 전에 있었던 턱관절 장애가 나아지지 않았고
양 쪽 디스크가 제 자리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라고 했다.
어이가 없을 때 푸흡 하고 웃는 습관이 있는데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푸흡 하고 웃으니까
의사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아니 나 일 년 전쯤에 큰 수술 마치고 걷지도, 먹지도 못하면서 한 두 달 보내고,
계속 계속 교정기 끼고 물리치료받다가 이제 교정 겨우 마쳐가는데 또 수술하자고?
근데 핀 제거 수술 여부도 정해야 하지 않냐고 물으니까
그거랑 디스크 수술이랑 한꺼번에 할 수 있어. 하고 싶음 말해.
그 대답에 또 푸흡 하고 웃으니
의사가 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아니, kill two birds with one stone이 이런 식으로도 가능한가,
하긴 이왕 할 거면 한 번 오픈 (?) 한 김에 다 끝내버리는 것이
의사도 좋고 나도 좋긴 할 거다.
정신이 멍해서 있는데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심플하게 말한 의사가
몸을 삭 돌려서 이것저것 컴퓨터에 적어 넣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 턱에 할 수 있는 수술이란 수술을 다 하겠네
어이없고 해탈한 듯 또 실실거리면서 말했다.
의사는 조금 짜증이 났는지
일단 너 담당 교정과 의사한테 가서 너도 의견을 물어보고
나도 너 MRI 들고 우리 라디올로지스트랑 상의해보고
다시 만나서 결정하자, 오케이?
하고 마무리했다.
너는 수술을 추천하는 거야?
내 담당 교정과 의사는 수술을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어.
그리고 수술 후에도 증상이 재발할 수도 있다고 했어.
정말 수술이 필요할까?
질문을 몇 개 더 던져봤지만,
"나중에 다시 만나서 결정하자. 네가 원하면 하는 거지"
예상했던 답이 돌아왔다.
내가 원하는 건 수술도 안 하고 돈도 그만 쓰고 이제 그만 아픈 건데,
이건 가능한가?
최근 또 아픈 곳들이 생겨서 고생 중이었다.
그래도 이제 턱 문제는 끝나가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또 턱 관련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다.
의사들이 무엇을 추천해도 결국 결정을 내리는 건 나 자신이고
그 결정으로 어떤 결과가 따라온다고 해도 그것도 다 내 몫이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몸에 대한 결정이니까
부담되고, 때로는 무섭고 그렇다.
수술 후에 더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 진짜 겁이 없었구나, 이 겁 없이 용감한 자식.
몸에 대한 건 더 신중했었어도 되는데ㅠ
수술을 하기 전에는 고민하고 의사들을 만나고 또 만나는 게
지겨워서 그냥 이제 수술하고 끝내자
그런 마음도 솔직히 있었는데
이제는 수술만 안할 수 있다면
슈바인학센 삶은 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마실테다.
수술 너무 싫다고오 엉엉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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