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새해 휴가를 에스토니아로 다녀오고 나서
이틀 후부터 코로나로 열흘 정도를 앓았다.
삼 차 예약을 딱 하루 앞두고
24시간 내내 붙어있었던 얀은 괜찮은데 나만 걸린 걸 보면
얀이 먼저 삼 차를 맞았던 게 효과가 있었거나
잠시 혼자서 정기 검진 갔다가 한 삼십 분 쇼핑하고 왔을 때
뭔가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아침에 어질어질 하고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냥 감기인가 했는데
오후부터 갑자기 너무 춥고 근육통이 심해져서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평소에도 독감에 걸리면 나타나는 증상들이니까
조금 심하네 하면서 팀장한테 아프다고 연락을 하고 누웠다.
그리고 나서 삼일 동안 침대에서 거의 나가지를 못했다.
누가 다리 사이, 팔 사이에 큰 얼음을 끼우고
그 한기가 온 몸을 통해 퍼지는 것처럼 너무 너무 추웠다.
껴입고 이불 더 가져오고 라디에이터를 올리고 물 주머니에 뜨거운 물
꽉 채워서 두 개 끼고, 핫 팩 두 개를 붙이고서야 잠에 들었다.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건 심한 근육통.
누군가가, 아주 무거운 뭔가가 내 어깨에 올라타 있다.
또 누가 신나게 내 몸을 강하게 때리는 것 같았데
바로 누워도 에고 고고고
옆으로 누워도 에고고고
밤새 뒤척이고 일어나니 정말 두 눈이 퀭했다.
밤 새 낑낑대고 열이 내려가면 땀이 나서 이불이랑 침대 시트가
다 젖고, 또 열이 올라가면 추워서 떨기를 삼 일 동안 반복.
냄새는 맡을 수 있었지만 입 안이 계속 떫었다, 누가 나 신 감 줬니
증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집에 있던 검사기로 테스트를 했을 때는 음성이었는데
보통 감기는 이러면 안 된다, 이럴 수가 없다고 판단돼서
다시 한 검사에서는 양성.
내가 양성이라니! 코로나라니!
피씨알 검사한다고 밖에 나가서 테스트 센터 앞에서
길게 줄 서 기다릴 엄두가 안 나서
코로나겠거니 하고 집에 있었다.
코로나에 걸리니까 갑자기
누구한테 알려야 하나?
의사한테 가야 하나?
가정의학과 같은 데서는 다 코로나 증상이 의심되면
오지 말라고 하던데 큰 병원을 가야 하나?
며칠 동안 격리해야 하는 거지?
고려해 본 적도 없는 질문들이 떠오르면서
이래서 독일에 확진자가 더 늘어가는 게 아닐까 했다.
정말 심하면 병원에 가든지 조치를 취하겠지만
1차, 2차 백신 맞은 나 같은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조금 심한 감기 정도일 텐데
아니면 아예 증상이 더 미미하던가.
암튼 그런 사람들이 정해진 프로토콜이 없으니
대충 열 내리고 괜찮아지면 나가서 돌아다니고 있을 것 같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 괜찮아졌고
이 주정도 더 지나서 삼 차를 맞았다.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집에서 테스트했으니 솔직히 확실하지가 않고
- 나는 확실하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보통 감기일 수가 없는 증상들이었으니까 -
맞아서 나쁠 건 없으니 맞아도 좋다고 했다.
맞고 난 후 이틀을 또 기절.
새해 1월의 키워트는
운동도, 독일어 공부도 아니고 코로나.
백신 3차까지 맞고, 코로나도 걸렸으니
항체 부자일 듯.
이제 까불대고 돌아다녀도 되겠다 싶었는데
3차까지 맞은 동료가 코로나 재감염 됐다기에
다시 조신하게 생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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