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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Berlin_work

[20200404] 독일 직장 생활 / 멍청한 직장 상사 / 이직 / 온라인 송별회

 

 

 

지난 4개월 정도 동안은 회사 생활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있었다.

처음에는 살이 빠졌고 뒤이어 원형 탈모라고 하기에는 귀여운 사이즈의 빈 구멍이 머리에 하나 생겼다.

아직까지 발견된 건 하나인데, 혹시나 더 생기거나 그 하나가 더 커질까 싶어 남편에게 계속 확인하게 하고 있다.

 

상황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는 어딜가도 갑자기 화가 나고, 어디든 하소연하고 싶었는데

지나고 나면 상황이 달리 보이는 법. 

더 냉철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별 것 아닌 것에까지 스트레스 받았던 건 아닌가 싶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일 못하는 상사가 이직의 가장 큰 원인.

일 못하는 그 상사는 직장 생활을 하는 한, 정말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으면 하는 부류의 사람.

일을 못하는 것에 더해, 실수에 대해 항상 참신한 이유를 만들어냈고, 거짓말을 하고는 들키지 않게 숨겼다.

 

나는 또 나대로 그런 꼴을 못보는 성격이라

그걸 또 끈질기게 찾아내고 이것 봐라, 니가 안한 걸 했다고 하면 어쩌냐 이메일에 답변을 하거나 

팀장이 포함된 셋의 단체 채팅창에서 그걸 또 꼬집어서 말하고.

 

스스로의 못된 인간성에 자주 반성하게 되고,

이 멍청한 상사를 가르치거나, 실수를 찾아내서 분을 삭이며 고치라고 지시하는 게 

하루 일과의 큰 부분이 되었을 즈음

적극적으로 여러 회사에 지원하고 인터뷰를 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 회사와의 계약을 삼월 마지막으로 끝내고,

새 회사와의 계약은 오월부터 시작이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새 회사는 제대로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신생 스타트업.

믿을만한 사람의 소개로 인터뷰를 갔다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좋아서 선택했는데

회사가 크게 무너지지 않고 아무쪼록 이 힘든 시간을 잘 견뎌서

아무 문제없이 계획대로 팀에 잘 합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전 회사에서는 보통 누군가의 마지막 날에 팀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편지와 준비한 선물을 팀장이 건네면서 그동안 함께 일하게 되어 좋았다는 말을 건넨다.

떠나는 사람도 나도 그랬다, 이 팀의 멤버가 되어 즐거웠네 어쨌네 하는 말을 해야하는데

이런 오그라드는 시간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피할 수 있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지만.

 

 

 

 

 

 

마지막 날에는 집으로 꽃이 한다발 도착했다.

꽃을 좋아한 적도 없고, 받게 되면 돈이 아깝다고도 생각한 적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확실히 좋아지고, 분위기도 살아난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말자고 매번 마음을 다잡는데

꽃이라면 필요하지 않아도 가끔씩은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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