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주 정도 동안
케이스 스터디와 인터뷰들이 반복되면서
쉴 때도 쉬는 것 같지 않았고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에 드디어 오퍼를 받았다.
현 직장에서 1년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고민 고민하다 결국 이직을 하기로 했다.
일단 이직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
기존 회사의 조그만 문제라고 느꼈던 게 갑자기 크게 느껴지고
큰 문제라 여겼던 것은 아주 감당 못하게 크게 느껴져서
와 진짜 이제 탈출이다. 탈출해야 한다.
이런 심정이 되곤 한다.
이번에는
딱 한 회사만 지원했다.
지원 당시에는 아직 이직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도 했고
이제는
정말 스스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않는 회사는
지원조차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지원을 했을 때가
작년 12월 말쯤이었던 것 같은데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을 받은 건 2월 초.
그리고 오퍼를 받은 건 3월 중순.
지원에서 오퍼까지 약 삼 개월이었으니까
이 먼 땅에서도 빨리빨리의 정신을 버리지 못한 나는
하나하나 프로세스를 마치고 또 기다리고
그러는 시간이 좀 힘들었다.
첫 인터뷰가 신기했다.
인사부에서 전화가 와서 삼 십분 정도 동안
왜 이직하고 싶은지, 왜 자기 회사에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내 경력이 왜 이 포지션에 적합한지
그런 질문을 하고 답하는 게 항상 첫 인터뷰였다.
이번에는, 아니, 이 회사는
인사부에서 메일을 하나 보냈고
그 메일에 있는 링크를 누르면 인터뷰가 시작되는데
주어지는 질문마다 내 답변을 녹음해서 보내는
(나로서는) 신개념 인터뷰!
미리 녹화된 인사부 매니저의 질문을 듣고
약간의 준비 시간을 가진 후, 답변을 녹음했다.
각 질문 당 기회는 세 번.
세 번째는 실패해도 그냥 넘어가야 한다.
HR과의 기본적인 질문과 답변일 거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매니저급과 할 인터뷰 질문을 해서 놀랐고
생각보다 혼자서 녹음하는 게 어색하고 말이 안 나와서
한 시간 넘게 날이 추웠는데도 겨드랑이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겨우 인터뷰를 마치고 submit.
듣는 사람이 앞에 마주 앉아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떨릴 일??
카메라에 대고 자기 얼굴 보면서 말하는 걸
이렇게 벌벌 떨면서 하다니,
유투버는 못 될 운명인가.
두 번째 인터뷰는 진짜 대화 식으로.
팀을 총괄하는 매니저였는데
아시아인이,
그것도 유럽 문화권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아시아인이
이렇게 (상대적으로) 높은 포지션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고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인터넷 연결이 너무 안 좋아서 자꾸 끊기고
나중에는 전화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독일 인터넷 구리다 구리다
입에 달고 홈오피스를 이어왔지만
인터뷰 때에 이런 문제가 생기니까
정말 짜증이 났다.
인터뷰는 전반적으로 내 경력과
회사, 그리고 팀에서 필요한 스킬들을 맞춰보고,
내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어필하는 한 편,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서도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4, 5일 정도 지나서 케이스 스터디를 받았고
주말 포함 6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난이도는 중급 정도.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온라인 마케터로서 각 채널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각 채널을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주된 내용이었고
마지막에는 당연히 analytical skill를 보는
문제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엄청 어렵지는 않고, 주말도 끼여있어서
일요일 즈음에는 다 끝내고 보낼 수 있다 자신했는데
월요일 마감 시간을 삼십 분인가 남기고
몸과 마음이 모두 초췌해진 상태로
겨우 보낼 수 있었다.
회사 비즈니스 모델이 내가 일해왔던 회사들과
아주 다른 부분이 하나 있어서
그걸 파고들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렸다.
월요일 늦게 케이스 스터디를 보내고
금요일 오후에는 함께 일할 팀 멤버들에게
프레젠테이션하는 세 번째 인터뷰가 있었다.
한 두 가지 놓친 포인트를 지적받았고
왜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마케팅 전략을 세웠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팀 총괄 매니저가 다음 미팅 때문에
빨리 코멘트하겠다고 하면서
이때까지 본 케이스 스터디 중 가장 잘 정리된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을 때는
속으로 예쓰! 예쓰!
동시에 내가 정말 잘한 건지
다른 후보자들이 정말 미달이었던 건지
잠시 생각해봤다.
마지막!
인터뷰는 함께 일할 지역의 마케팅 팀장과
삼십 분 동안 짧게 이야기를 했다.
어떤 어려움들이 있을 수 있는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건지
팀이 돌아가는 체제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설명을 들었다.
예상했던 식의 마지막 인터뷰였다.
마지막으로 질문 있냐는 말을 들었을 때
이다음 단계가 뭐야? 했더니
CMO와는 인터뷰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팀장 급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하나 싶어서.
다행히 그게 마지막 프로세스였고
지난 목요일에 총괄 매니저와의 통화를 끝으로
오퍼를 받았다.
이번에는 진짜
비자 문제도 없고 아직 다니는 회사도 있고
이직에 대한 확신도 없었어서
첫 번째인가 두 번째 인터뷰 당시
희망 연봉을 쎄게 불렀다.
당시 총괄 매니저가 좀 높긴 하지만
스탁 옵션까지 고려하면 맞춰줄 수 있다고 했는데
세 가지 옵션을 받았다.
첫 번째는 가장 낮은 연봉 + 가장 많은 스탁 옵션
두 번째는 중간 수준 연봉 + 중간 수준 스탁 옵션
세 번째는 가장 높은 연봉 + 가장 적은 스탁 옵션
하나를 고르고 오퍼를 수락했고
이제 이번 주 휴가를 마치고
금요일에 현 회사와 매니저에게
퇴사하겠다고 알려야 한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
몇몇은 정리해고를 당하고
하나 둘 떠난 후
남아있는 사람들의 책임이 더
무거워진 시점에
이런 통보를 해야 해서 마음이 좋지는 않다.
아아 그래도 인터뷰 다 끝나서
마음이 한 결 낫다.
내 인생 이제 인터뷰이로의 경험은 그만!
제바아아아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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