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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Berlin_life

[20210328] 참지 않을 용기

 

 

요즘 stopasianhate 슬로건이 여기 저기에서 보인다.

해외에 사는 아시아인인 나도 당연히 관심이 간다.

해외에 사는 한인들의 블로그나 유툽 비디오들을 

자주 보는데 그 분들도 조금씩 자신의 경험이나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인종차별은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라고 느낀다.

해외 생활을 하기 전에는 인종차별이 

너무 명백하게 드러나는, 누가 보더라도 절대 악.

그런 상황, 문제일거라고 믿었고

그렇다면 나는 당연히 화를 부들부들 내던가

소리를 치고 욕을 하던가 암튼 잘 받아칠 것 같았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듣는 칭챙총, 니하오를 제외하면

머릿 속에 오래 맴돌면서 나를 괴롭혔던 상황들은

자주 나만 민감한 사람이 되기 쉬운 subtle한 상황들이었다.

절대적인 악이라서 누구라도 듣고 

이 나쁜 년, 놈이!!!

이렇게 될만한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동서양 혼혈인 약혼자가 있는

제일 가까웠던 동료에게

내 이름으로 네가 컨퍼런스에 가도 

괜찮다고 했을 때

눈을 양쪽으로 찢는 흉내를 해보이며

Do I look Asian enough?

했을 때나,

친했던 커플 중 남자애가

너 당연히 중국말 할 줄 아는 줄 알았는데? 했을 때

나는 화도 못내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니하오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라서

그냥 그자리에서는 가만히 있게 됐다.

 

회의에서 파트너들을 처음 만나거나

이직 후 처음 팀원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아시아 여자얘를 신기해하는 눈빛을 

몇 번 느낀 후에는
나는 너희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단 걸 보여주려

안그래도 낮은 목소리를 더 깔고

옷은 무조건 블랙으로.

여성스러운 옷은 결코 입지 않게 됐다.

 

어떤 상황들이 모이고 모여서

스스로를 조금씩 바꾸는지도 모르고

바꾸고 있었다.

이게 인종차별인가 내가 민감한건가

답이 없을 질문도 서서히

그만두게 되었다.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언행과 폭행을 겪은

아시아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아직까지 나에게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면서

더 로컬처럼,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시안처럼

보이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되도록이면 얀과 함께 어디든 가려고 했다.

 
비겁하고 나약하다.
그리고 그게 스스로를
깍아내리고 체념하게 만든다.
앞으로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상대방이 나로 인해 아시아인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이 생기든 말든
단호하고 확실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싶다.
그들이 한 행동에 비해
지나치게 흥분해서 공격적으로 돌변하지 않고
내가 느낀 불쾌감, 분노
그정도의 수치심을 느낄 수 있을 만큼만
그 자리에서 되갚아 주고 싶다.
하지만 언제나,
easier said than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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