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있는 동생 결혼식 때문에
오월에 한국에 가려고 했었다.
그때쯤이면 백신을 맞고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꿈이 야무졌었다.
그 와중에 이직에 성공해서 오월부터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하기로 결정이 났는데,
새 회사에서는 업무량이 상당할 것이 예상되어서
오월에 한국에 가면
오랜만에 간 한국에서 일만 하다가 올 것 같았다.
그럼,
지금 (당시 4월 초) 한국에 가자.
결혼식에는 참석 못하더라도 결혼식 전에 가족들과 동생 약혼자를 보고
현 회사에서는 단축 근무 중이니까
그나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이게 될까? 이게 맞나? 하다가
몰라, 가자!
마음먹은 순간부터는 의외로 쉬웠다.
한국 입국을 위해서는 72 시간 이내의 PCR 검사 결과 (음성)가
필요했으니까 검사 예약을 하고 (55€)
비행기 표를 파바박 예매하고 (사실 파바박 안되고 좀 에러가 있었지만)
고민 고민하다가 매니저에게 말해서 허락을 받고
(이걸로 나중에 매니저가 너무 생색을 내서 화가 날 지경이었음)
동생에게 전화해서
부모님께 서프라이즈로 갈 것인지 미리 말을 할 것인지 의논하고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니까 이미 말을 하기로 결론을 낸다.
짐은 최대한 적게.
많이 가져올 거니까.
가글로 간단하게 PCR 테스트를 마치고
결과지를 받았다.
이 모든 것이 4일 안에 일어났다.
출국은 새로 지어진 베를린 브란텐부르크 공항에서.
사람들이 없었고,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이 닫혀있었다.
배웅해주러 온 얀은 완공 지연에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면서
자기가 낸 (일조한) 세금을 왕창 왕창 까먹은
공항을 둘러보고 흠 잡느라 바빴다.
베를린 - > 파리
승객들은 꽤 있었지만 누가 옆에 붙어 탈 정도는 아니었다.
짧은 거리에도 간단한 스낵과 음료가 제공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프랑스에 도착하면 어디에서 자가격리를 할 예정인지
적으라는 종이를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환승만 한다고 했더니 머스트 포 에브리원.
오케이. 성실하게 적어두고 잤다.
그리고 아무도 검사안했다.
우씨, 이럴 줄 알았다.
베를린 공항보다는 북적였지만 그래도 한산했던 샤를 드 골.
한두 시간 기다렸나.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샤를 드 골에서 비행기 연착으로
고생을 한 기억이 있었는 데다 이번엔 코로나라는 변수까지 있어서
비행기가 뜰 때까지 조마조마.
탑승했을 때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아 눕코노미는 남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비행기 문이 닫히자마자 모두 한국인다운 민첩성을 보이며 촥 흩어졌다.
텅 텅 빈 자리들 사이에서 에어프랑스 정말 괜찮은 거야?
이렇게나 빈자리가 많은 비행을 하면 뭐가 남는 거야? 하며
오지랖을 떨다가, 눕코노미도 해봤다가, 주는 음식들 부지런히 받아먹기도 했다.
여윽시 빵으로 유명한 나라의 국적기답게 빵의 향연.
빵을 주고 또 주어도 또 주고 싶은가 보아.
참고로 이건 착륙 전에 나눠준 간단한 음식이고
거의 타자마자 주는 따뜻한 음식 잘 받아먹었는데 사진이 없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음식 카트 없이
스튜어디스들이 한 손에는 치킨, 한 손에는 파스타를 들고
휙 휙 어디선가 날아와서 취킨 오아 파스타? 묻고는
대답에 따라 음식을 주고는 바삐 떠났다.
그리고
흐리고 비 오던 베를린과는 너무나 다른
쨍하고 파란 하늘을 보면서 한국에 도착했다.
짐을 찾는 곳도 너무 한산했다.
사진 한 장 팡 찍고 자 이제 진짜 시작이다.
혹시 온도가 높게 나오는 건 아니겠지.
오늘 안에, 아무 일 없이 집에 도착할 수 있겠지.
짐을 찾고 나오는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홀 몸이 아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진짜. 혼자 말도 없이 어딜 가면 안 되는 분위기.
어려울 건 없었다. 가라는 곳으로 가고 보여달라는 서류들을 보여주면 된다.
여러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고 난 후에
내 여권에는 PCR 검사 완료라는 스티커가 붙여졌고
폰에는 자가격리용 앱이 깔렸으며 옷에는 해외 입국자임을 나타내는 스티커도 붙여졌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집에 가는 것만 남았는데
지방으로 가는 KTX를 타야 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KTX 광명역으로 가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타려고 봐 뒀던 KTX 시간이 오후 5시 즈음이었는데
아주 간당간당하게 도착.
해외 입국자는 열차 출발 10분 전까지인가
그때까지만 표를 살 수 있다고 해서
다음 열차표를 사고 두 시간 정도 기다렸다.
해외 입국자 전용 칸들이 있었는데
한 칸에 여섯 명 정도 태워졌다.
KTX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때라서
이렇게까지 여유롭게 태우는 건지,
일반 승객들이 많은 때에도 이렇게 태우는 건진 알 수 없었다,
고향 KTX에 도착.
풀착장을 하신 누군가에게 인도되어 KTX 뒷 문으로 나가서
마중 나온 부모님과 드디어 만났다.
베를린을 떠나 만 하루.
멀리 있는 내 나라, 내 고향인 줄 알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멀게 느껴졌다.
이렇게 무탈하게 이번 여행을 시작되고 끝나는 줄 았았는데
그런데.
복선을 깔며 이번 글은 끚!
'Berlin > Berlin_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724] 베를린 생활 - 다시 노멀으로 (0) | 2021.07.21 |
---|---|
[독일에서 양악수술] 수술 후 약 10달 경과 / 왼쪽 턱 통증으로 진료받음 / 물리 치료, 교정 여전히 진행 중 (0) | 2021.06.10 |
[20210328] 참지 않을 용기 (0) | 2021.03.29 |
[20210327] 독일에서 먹고 살기 (0) | 2021.03.28 |
[독일에서 양악수술] 수술 후 약 7달 경과 / 통증 거의 사라짐 / 턱 모양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함 / 교정 기간 연장 (2) | 2021.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