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함께 일하는 팀 리드를
상당히 신뢰하고 또 배울 점이 많아서 좋아한다.
문제가 생기거나 의문이 생기면
직접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그렇다고 또 다 해주거나
남에게 일을 맡기면 불안해서
자기가 다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 사이에 균형을 잘 알고
팀원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같이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서,
적어도 자기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 한다.
팀 리드로서 팀원들의 신뢰를 사기 위해선
이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틀을 깨려고 한다는 점도 좋다.
Think out of the box
구직할 때, 지원 요건에는 항상 들어가 있는 문구지만
사실 정말 이걸 몸소 보여주는 리더는 잘 없는데
이 리더가 정말 그걸 한다. 노력하는 게 보인다.
최근에도 뭔가 배울만하다고 생각된 일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 치고는 나름대로 큰 회사라
마케팅 비용이 적지 않게 나간다.
그만큼의 돈을 매일 쓰고 앉아있다 보면
파트너 회사들이 우리 때문에 많은 돈을 버니까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건 파트너 회사들 쪽이라는
갑의 마인드가 생기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돈을 받는 입장이라 그런지
우리(광고주)가 하는 말은 대부분 들어주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가끔은 줌으로 해도 될 미팅을 굳이 우리 사무실에 와서
미팅 후에는 식사 대접하고, 무슨 콘서트 티켓 같은 거
주고 가고 그런다.
갑의 입장으로 보통은 우리가 부탁을 가장한 명령을 한다.
파트너 회사들이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 그런 파트너 회사가 있었다, 광고주인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그게 우리 회사 규정상 해주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있었다.
솔직히 지네가 뭔데 우리한테 지시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팀 리드가 이걸 하자고 하는 게 아님?!
일단, 이게 가능한 건지 몰라서 놀랐고, 이걸 하자고 하는 팀 리드에게 놀랐다.
"우리가 광고주라고 해서 항상 그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냐.
우리도 사실 그들의 아주 많은 파트너들 중 하나일 뿐이야.
우리는 우리가 굉장히 많은 돈을 주는 걸로 착각하고 그들에게 명령하지만
사실 우리가 아니라도 그들도 돈 나올 구멍은 많지.
그리고 가끔 예외를 만드는 것도 좋잖아?
성공하면 다른 문이 열리는 거고, 실패하면 안된다는 걸 알아서 좋고.
시도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단정하지 말자"
슬램덩크인 줄?! 미생인 줄?!
직장 생활이 길어지면서
안되는 건 안 되는 거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는 거지
그렇게 지내고 있었나보다.
팀 리드는 그렇게 멋지게 말하고 사라지고
(물론 마케팅 리드를 설득하는 건 팀 리드가 해결했지만)
결국 그 짜증 나는 파트너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고
그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하는 건 나였지만
예외를 만들어 보자, 시도는 해보자,
그렇게 말해주는 팀 리드와 함께 일해서 좋다고 생각했다.
실패하면 자기 책임으로 돌리고
성공하면 그 공을 나에게 넘겨줄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아니까
그래도 일단 열심히 해보게 된다.
인생 전체에 대해서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항상 하던 선택, 항상 가던 곳만 가지 말고
예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 않나?!
성공하면 다른 가능성이 생기는 거고, 실패하면 배워서 또 좋고.
영원한 건 없으니까 자주 입장을 바꿔서도 생각해 보고.
잊지 말자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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