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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Berlin_work

독일 직장에서 정치질 한복판에서 울었다. 따돌림도 당해봤다 - 2

 
 
새로 옮긴 회사의 마케팅 팀에는
팀장과 주니어 매니저 나. 
이렇게 둘이서 한 팀으로 으쌰 으쌰 열심히 일했다.
나보다 3살 어렸지만 커리어는 한 3배 정도 긴 팀장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둘이었던 팀이 넷이 되고 한 이년 정도 지나자 열 명이 넘게 되었다.
승진을 하고, 팀장이 알아서 연봉도 15% 인상시켜줬다. 
You really deserve it
지금 돌아봐도 그 당시에 가장 열심히 일하고 보람차게 일했었다.
팀장과 정도 많이 들었었다.
 

 
어느 날 팀장이 회사를 떠난다고 했고
곧 나와 팀장 사이, 시니어가 한 명 고용되었다. 팀장 후임도 금방 정해졌다.
시니어로 들어온 사람은 일을 못했다. 실수를 많이 했다.
아후 시니어가 그것도 못하나
금방 못된 마음이 들었다.
3개월 준다 그 이후에도 실수하면 안봐줄 거야!
내가 뭐라고 그런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팀장은 떠났고, 새 팀장이 왔고 3개월이 지났다.
시니어의 실수는 멈추지 않았다.
실수를 지적하고 고치면서 내가 짜증을 내는 빈도가 늘었다.
시니어도 눈치가 있으니까 내가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느꼈겠지.
 
 
 
그즈음 팀 멤버는 열 명이 넘었는데
외국인은 여전히 나 혼자였다.
전 팀장은 빠르게 대화를 영어로 바꾸는 걸 잘했다.
아마 이탈리아인인 자기 남편이 독일인들 틈에서
못 알아먹고 힘들어하는 걸 많이 봐서 그랬나보다.
그게 잘 통해서 팀 언어는 영어인 듯 보였고 나도 그렇게 느꼈다.
 

시니어는 다른 팀 멤버들이랑 금방 친해졌고
새로 팀에 조인한 다른 매니저와 친해져서
둘이서 업무 중간중간 다른 팀원들을 데리고 발코니로 가거나 부엌에 가서 수다를 떨고 왔다.
업무 중간에도 크게 농담을 하고 다들 웃었다.
그 사이에 혼자 못 웃고 있는 나.
독일어 쓰는 사람들과 일하면 독일어가 늘겠지?
무지했던 나.
 
 
저는 사과를 좋아해서 매일 먹어요. 사과는 건강에 좋지요.
이런 독일어를 구사하는 내가
와 완전 넌씨눈 어쩔티비 그거 완전 대박이네
이런 수준의 독일어를 알아들을 수가.
 
 
팀 전체의 언어가 미팅 때를 제외하면
빠르게 독일어로 변하는 듯했고
시니어가 다른 팀원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나를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인하면 눈치. 눈치 하면 한국인.
미팅을 제외하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날들이 늘어갔다.
 
 
몇 달이 지나 살이 빠지고 원형 탈모가 오기 시작하자
담당 의사에게 가서 상태를 말하고 진단서를 받아서 1주일을 쉬었다.
직장에서 사람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에
심각하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주던 의사의 표정이 기억난다.
 
 
직장을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팀장에게 말했을 때
자기 앞가림하느라 바빴던 팀장은 깜짝 놀라면서
CEO와 상의 후, 연봉 15%를 올려주겠다고 했다.
부족하면 더 말하라고 하면서.
 
 
직장 생활하다 보면 그런 때가 다들 오지 않나.
이게 더 이상 돈의 문제가 아니게 되는 때.
자세히는 아니지만 대충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은 아직 이직할 회사를 찾은 게 아니라면
꼭 인터내셔널 한 회사로, 팀으로 찾으라는 조언을 해줬다.
자기가 7년 동안 있었던 인터네셔널한 회사 분위기와 이곳이
너무 달라서 자기도 놀랐다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하던 마지막 달에는 
코로나가 터졌고 재택근무로 모든 것을 마무리했다.
다행이다 싶었고, 후련했다.
 
 
내가 독일어를 잘했다면 달랐을까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내가 독일어를 잘하든 못하든
그들이 나를 그렇게 대하면 안 됐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큰 일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꽤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잊고 싶은 기억들 중 하나이다.
누구도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주지 않았던 것만 기억하려고 한다.
비슷한 일을 당하는 사람을 본다면
내가 가서 괜찮냐고 물어봐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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