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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Berlin_work

[20230428] 긴 휴가 전 마지막 근무 / 수선 맡긴 드레스 찾기 / 외국인청에서 드디어 연락 옴, 그러나...

 
 
긴 휴가 전에는 언제나 눈썹 날리게 바쁘다.
휴가 전에 딱히 뭘 많이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갑자기 이것도 마무리하고 싶고 혹은 해야 하고,
핸드오버도 해야 하고. 수년 간의 경험으로 이젠 긴 휴가 전 마음이 비장하다.
밥도 못먹고 당 떨어져서 손을 덜덜 떨며 핸드오버 마무리.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 촬영을 해보려고 하는데
흠 성인이 되고 나서 사진 촬영이라는 걸 해본 기억이 없는데
쑥스럽다고 무섭다고 도전하지 않으면 처음이란 건 없지 않겠습니까.
 
 
얀과 나는 결혼식도 안 했고, 웨딩 촬영도 안 했고 
남들 하는 거라면 기를 쓰고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아무것도 안 했다.
시청에서 서명은 했다. 안 그러면 결혼이 성립되지 (?) 않으니까.
그렇게 몇 년이 지나서 어느 날 함께 보낸 시간이 거의 10년이 되었는데도
함께 찍은 사진이 아주 손에 꼽는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데!ㅋㅋ
 
 
암튼 그래서 뭐 깔끔한 옷 하나씩 챙겨 입고 사진 좀 찍어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 번 입고 옷장에서 아주 긴 잠을 자고 있던 원피스를 뒤늦게 뽕을 뽑으려고 
촬영용으로 입으려고 코디를 해봤더니 길이가 좀 길었다.
동네 가까운 수선집에 얇은 원피스 하나, 6센티 줄이는데 18.5유로. 오늘 환율로 2만 7천 원. 
궁금해서 아소스 구매 이력을 찾아봤는데 이 원피스를 세일해서 거의 25유로 주고 샀는데?
얼마 전 읽었던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그걸 배워서 직접 하라고 하던데
유튜브와 함께 당장 수선 배우기 간다. ㄱㄱ
 

 
 
 
 
 
이것이 베를린이다. 이건 벌건 대낮이고 이 건물은 베를린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역 중 하나.
이 두 분은 벽을 단지 보고 계신 것이 아니라.. 벽에 물을 주고 계십니다 ㅠ
그런데 진짜 이런 사람들 너무너무 많아서 난 베를린 벽에 절대 기대지 않는다.
가장 붐비는 거리에 있는 역과 호텔들 벽에도 그 자국들이 너무 많아ㅠㅠ
얼마 전에는 한 아주머니께서 사람들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 있는 큰 쓰레기통 뒤로 가셔서
바지를 내리는 제스처를 취하시길래, 아니겠지, 아닐 거야 했지만 맞았다, 맞았어!
베를린의 벽들은 오늘도 수분 촉촉, 주름 생길 일이 없겠네.
 
 
 

 
 
 
작년 9월, 비자를 신청했었었었다. 오이 벌써 7개월 전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신청했던 비자는 못 받았다. 현 비자 기간이 꽤 남아있지만 이 상태라면 현 비자가 끝날 때까지
못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여윽시 나의 선견 지명! 이렇게 시간이 질질 끌릴 줄 알았소이다.
 
 
작년 9월에 EU 영주권을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알뜰히 살뜰히 모아서
나에 대해 숫자가, 서류들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모아서 두꺼운 봉투를 외국인청에 보냈다.
3개월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새해가 되어, 올해에는 꼭 비자를 받고 말겠다는 새해 다짐을 담아
독촉 이메일을 보냈다. 독촉 이메일은 씹혀야 제 맛!
이미 비자를 받는 친구에게 팁을 얻어 다시 한번 독촉 이메일을 보냈다.
와 1주일이 지나서 답변이 왔다! 
이제는 당신 남편의 모든 숫자와, 서류와 암튼 모든 걸 이메일로 보내보시오.
이게 배우자 비자도 아닌데 왜 남편 서류를 달라는 거니? 
3.2% 정도 답변을 받을 확률을 기대하고 질문을 이메일로 해봤지만, 독일에서 이메일은 씹혀야 제 맛!
닥치고 온갖 서류를 회사에 요청하고, 연금 기관에 요청하고 다 모아서 또 보내봤다.
그게 지난 2월.
 
 
서류를 받긴 받은 거니? 뭐 부족한 게 있니? 빤쓰 사이즈까지 보냈어야 하는 거니?
4월 초에 이메일로 한 번 물어나 봤다.
그리고 팩스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 독일은 팩스와 우편의 나라다.
어디선가 공무원이 이메일은 씹어도 괜찮지만 팩스를 씹는 건 업무상 불가하단 걸 듣고
여행 가기 전 팩스를 보내고 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메일이 왔다.
나 니가 보냈다는 서류 못 받았다. 다시 보내게.
근데 그렇게 답변이 온 이메일에 13개 첨부 파일이, 이메일 재목 밑에 보이는데
이거 나만 보이는 거니? 이메일 thread에 첨부 파일이 나한테만 보일 수가 있어?
에라 모르겠다.
다시 보냈다. 시간이 거의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업데이트해야 할 서류가 하나 있어서
그걸 하려고 우리집 문서 더미를 뒤졌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게 우편으로 오고, 그걸 몇 년 동안 버려서는 안 된다.
언제 쓰일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다들 이런 서류 더미를 정리하고, 쌓고, 또 정리하고 그렇게 산다.
나는 아직도 독일 사람들이 환경 보호에 그렇게 관심이 많고
대책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원전도 다 닫아버리고 
환경 보호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자세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종이는 이렇게 많이 쓰고, 더 쓰고, 죽도록 쓰는지 모르겠다.
종이를 덜 쓰는 건 환경 보호에 들어가지 않나? 여전히 이해가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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