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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Berlin_life

[해외생활] 어디에서 살까 - 결국 무엇이 중한지의 문제 2

너무 너무 좋아하는 포르투갈

 

 

 

베를린을 꼭 떠나겠다고 마음 먹었던 게 2021년.

포스팅도 해놨었네.

2023년. 얀과 나는 아직도 베를린에 있다.

 

나는 7년, 얀은 8년 

베를린에서 보낸 시간이 벌써 이만큼.

베를린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여기에 계속 있는 건 그만두자고

마음 먹은 게 벌써 3년이 넘었다.

 

지난 3년 간은 쉽게 옮겨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정말! (정말이다!) 미루고 싶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나라를 바꿀지 아니면 그래도 독일에 머물건지.

처음엔 포르투갈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우리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나라. 

사람들이 친절하고 음식이 맛있고 날씨가 좋은 나라.

만약 독일을 떠난다면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셋 다 독일에서는 경험하기 아주 힘들지만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엔 아주 중요한 것들이니까.

 

그리고 한국, 부산.

사람들이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고, 날씨도 그 정도면 좋은 편.

무엇보다 내 나라. 

내 모국어가 사용되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곳.

작년에 한국에서 머물렀던 3개월 동안 

얀은 매일 행복하다고 했었다. 

나도 대체로 그랬다. 

 

바르셀로나도 고려해봤다.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얀의 친구들을 만나서

그곳에서 삶이 어떤지 물어봤다.

베를린에 살아본 적 있는 친구들이었는데

베를인에 비해 바르셀로나는

따뜻하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서 좋다 했다.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한국.

다 좋다.

특히 리스본이랑 부산은 생각만 해도 좋다.

바다에 자주 가고 신선한 해산물을 먹고

와인이나 맥주 한 잔 걸치고

사람들과 웃으면서 대화하는 상상만 해도 좋다.

 

가장 발목을 잡는 건 아무래도 현실적인 문제들.

포르투갈이나 한국에 가려면 둘 다 직장을 다시 구해야 한다.

얀과 내 회사 모두 포르투갈과 한국에 지사가 없으니까

비벼볼 수가 없다.

둘 다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새 직장을 리모트로 잡거나

프리랜서가 된다는 옵션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것도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그리고 둘 중 하나는 다른 한 쪽이 프리랜서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회사를 다니는 편이 을 것 같고.

 

만약 한국에 가게 되면 

여기에 더해서 얀의 비자 문제도 해결해야하고,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얀을 내가 또 케어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독일 내 다른 도시.

아니면

우리 회사 지사들이 있고 얀이 의사소통 하기 쉬운

에스토니아나 핀란드.

하지만 얀은 북유럽엔 죽어도 가기 싫은 눈치다.

말로는 나는 괜찮다, 거긴 내 나와바리잖아 나는 괜찮아

근데 니가 안 괜찮을 거야 라고 하지만

사실은 얀도 안 괜찮을 거다.

북유럽에서 태어나 남유럽과 동아시아를 무척 갈망하는 사나이.

암튼 북유럽은 에스토니아나 핀란드는 물론이고

코펜하겐도, 스톡홀름도 다 싫단다.

 

나는 매일 매일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

자기 전에도 고민하고 운동할 때도 생각하는데

반면에 얀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미적지근하다가

어느날

쾰른이나 뒤셀도르프는 어때?

갑자기 전혀 선택지에 없던 질문을 한다!

만약 독일 내 이동이라면 

함부르크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옵션이었는데

당돌하게도 얀이 다른 옵션들을 들이미는 것이다.

 

그 날 이후 

우리는 밤이고 낮이고 뒤셀도르프와 쾰른에 대한

폭풍 검색을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4월 중순에 뒤셀도르프로 사전 답사(!)를 가는

기차표를 끊기 일보직전이다.

 

솔직히 정말 포르투갈이나 부산에 가고 싶다.

날씨도, 음식도, 사람들도 다 그립다.

만약, 뒤셀도르프로 이사를 가게 된다고 해도

거기에 꼭 머물러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일단 올해 목표는 베를린을 떠나는 거니까

그것부터 일단 해보겠습니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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