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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 in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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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어디에서 살까 - 결국 무엇이 중한지의 문제 이제 베를린의 아름다운 여름도 끝난 것 같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들처럼, 베를린의 여름은 길고 힘들었던 겨울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눈부시고 싱그럽고 러블리하고 막 그렇다. 라이프 이즈 뷰티풀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이 여름이 길어봤자 삼 개월 남짓이라는 것이 함정. 나머지 구 개월은 축축하고, 눅눅하고, 우울하고, 어둡고 막 그렇다. 유럽 생활이 길면 길어질수록 이렇게 여름의 끝에서 해가 짧아지고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좀 두려워진다. 이제 또 내년 여름이 올 때까지 어떻게 버틸까. 9월이 되자마자 독일 상점들이 거의 바로 크리스마스 관련 용품들을 팔기 시작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이제부터는 날이 짧아지고, 추워지고, 우울해지는 일만 남았고 그나마 기다려지는 건 크리스마스. 확실히 찬 아침 바람..
[독일에서 양악수술] 수술 후 일 년 어제였나 수술 한지 딱 일 년 되는 날이었다. 천천히, 하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한 달은 정말 힘들었고 건더기 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체력을 많이 회복했었다. 세 달째에는 심지어 긴 여행도 잘 다녀왔고 감각도 생각보다 금방 돌아왔었다. 하지만 수술 후 7 달이면 끝난다던 교정을 아직도 하고 있고 재활도 아직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가고 있다. 턱 통증이 매우 최근까지 나아지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 얼굴 형태도 생각보다 많이 바뀐 것 같아서 후회도 했다. 한국에서 했으면 미적인 부분까지 신경 써서 해주지 않았을까 하면서 독일에서 수술한 것을 후회했다. 턱에 박혀있는 나사 제거도 할 생각을 하면 무섭다. 그래도 일 년이 지나니까 끝이 보이기는 한다. 교정이 끝나는 날엔 얼마나 홀가분할지 ..
[에스토니아 탈린] 20210624 - 0625_일 년 중 해가 가장 긴 미드썸머 한국과 일본 제외하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 가장 많이 방문할 나라가 에스토니아라니. 아직도 에스토니아 사람과 결혼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사실 그게 뭐 별건가 외계인 만나서 결혼한 것도 아닌데. 그래도 가끔은 내가 자라온 곳과 얀이 자라온 곳이 다르기는 참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들을 분명히 있다. 예를 들자면, 이번에 확실하게 경험한 미드 섬머. 미드 섬머는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기간인데 겨울이 길고 해가 무척 귀한 북유럽에서는 축제와 같은 기간이라서 대부분의 북유럽에서는 빨간 날이라고 한다. 에스토니아도 며칠을 쉬는데 오랜만에 시부모님도 만나고 얀이 볼 일도 보고 에스토니아 미드섬머도 제대로 경험할 겸 탈린에서 며칠을 지내다 왔다. 이번에는 올드타운을 너무 너무 사랑하는..
[20210724] 베를린 생활 - 다시 노멀으로 독일이 홍수 때문에 난리라고 하고 태풍이 올 예정이라며 남부 지방은 또 긴장하고 있는 것 같지만 베를린은 내가 아는 한 큰 피해는 없다. 올해 여름은 자주 덥고,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불평하는 듯 들릴 수도 있지만 전혀 불평이 아니다. 유럽 생활이 길어지면 이렇게 해가 길고 쨍쨍한 날이 많이 많이 소중해진다. 하루하루가 비슷하다. 일하고, 또 일하고 아직도 재활하고 교정 치과 다니고 가끔 산책하는 생활. 얼마 전에 인스타에서 무슨 피드를 읽었는데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어제까지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오늘 한 번 해보라고, 경찰서에 들어가서 경찰관들한테 그냥 음료수 하나 건네면서 수고 많으시죠 말 건네는 것, 해본 적 없으면 한 번 해보라고. 매일매일이 같으면 그냥 세월이 빨리 느껴지고..
[독일 직장생활] 스타트업 선택하기 - 어떤 규모의 회사가 좋을까 규모가 다른 스타트업들을 몇 군데 거치고 나서 스타트업도 다 같은 스타트업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규모에 따라 그리고 성장 속도에 따라 내가 해야 하는 업무, 얻을 수 있는 배움의 범위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현재 내 커리어 path에서 어디에 있는지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싶은지에 따라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도 달라질 수 있다. 첫 회사, 독일 큰 미디어 기업을 자회사로 둔 20명 남짓의 작은 스타트업.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사업 개발팀의 인턴으로 시작했다. 사업 개발팀에 속해있다고 말은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건 의미가 없었다. 사업 개발도 하고, 고객 관리도 하고, 마케팅 캠페인도 직접 돌리고, 리포팅도 하고. IT나 법무 관련 등 전문적인 지식이 ..
[독일에서 양악수술] 수술 후 약 10달 경과 / 왼쪽 턱 통증으로 진료받음 / 물리 치료, 교정 여전히 진행 중 수술 후 약 10달이 지났다. 수술 후 7달 정도만 하면 된다는 교정은 아직도 하고 있고 심지어 아직 끝나지도 않았으며 적어도 한, 두 달은 더 해야만 할 것 같다. 일 년을 꼬박 채우게 될 것이다. 교정 기간만 길어지고 있으면 별 수 없지 하면서 기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아직도 남아있는 통증. 나는 개방교합 때문에 양악을 하게 된 경우인데, 개방교합보다 더 큰 문제는 사실 턱관절 장애였다. 몇 년 전부터 왼쪽 턱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이런 경우 많다고, 크게 걱정하지 말라며 밤에 잘 때 끼고 잘 수 있는 마우스피스를 처방받고 육 개월인가, 일 년 즈음 사용했을 때 턱, 귀 속, 머리까지 이어지는 강한 통증이 생겼었다. 물리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지고, 생겼다가 괜찮아지고 그렇..
2021년 4월 - 한국에 오던 날 오월에 있는 동생 결혼식 때문에 오월에 한국에 가려고 했었다. 그때쯤이면 백신을 맞고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꿈이 야무졌었다. 그 와중에 이직에 성공해서 오월부터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하기로 결정이 났는데, 새 회사에서는 업무량이 상당할 것이 예상되어서 오월에 한국에 가면 오랜만에 간 한국에서 일만 하다가 올 것 같았다. 그럼, 지금 (당시 4월 초) 한국에 가자. 결혼식에는 참석 못하더라도 결혼식 전에 가족들과 동생 약혼자를 보고 현 회사에서는 단축 근무 중이니까 그나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이게 될까? 이게 맞나? 하다가 몰라, 가자! 마음먹은 순간부터는 의외로 쉬웠다. 한국 입국을 위해서는 72 시간 이내의 PCR 검사 결과 (음성)가 필요했으니까 검사 예약을 하고 (55€) ..
[20210328] 참지 않을 용기 요즘 stopasianhate 슬로건이 여기 저기에서 보인다.해외에 사는 아시아인인 나도 당연히 관심이 간다.해외에 사는 한인들의 블로그나 유툽 비디오들을 자주 보는데 그 분들도 조금씩 자신의 경험이나 의견을공유하고 있다. 인종차별은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라고 느낀다.해외 생활을 하기 전에는 인종차별이 너무 명백하게 드러나는, 누가 보더라도 절대 악.그런 상황, 문제일거라고 믿었고그렇다면 나는 당연히 화를 부들부들 내던가소리를 치고 욕을 하던가 암튼 잘 받아칠 것 같았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듣는 칭챙총, 니하오를 제외하면머릿 속에 오래 맴돌면서 나를 괴롭혔던 상황들은자주 나만 민감한 사람이 되기 쉬운 subtle한 상황들이었다.절대적인 악이라서 누구라도 듣고 이 나쁜 년, 놈이!!!이렇게 될만한 상황이..